▲해자에서 바라본 오카야마성 천수각(오카야마현관광연맹 제공)
JR오카야마역에서 걸어서 20분. 도심을 가로질러 나가다 보면 작은 언덕이 보인다. 언덕을 넘어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작은 공원을 지나면 커다란 철제 다리 하나가 우뚝하니 서있는데, 그 건너편에 보이는 무인도 같은 섬이 일본 3대 정원에 꼽히는 고라쿠엔(後楽園)이다.
오카야마 고라쿠엔은 에도시대 당시 지금의 오카야마현인 오카야마번(岡山藩)의 영주 이케다 쓰나마사(池田綱政)가 가신인 쓰다 나가타다(津田永忠)에게 명하여 만들어진 정원으로 1687년에 착공에 들어가 1700년에 완공되었다. 이후 다소의 변화는 있었으나 에도시대의 모습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3대 정원의 정수를 선사하는 고라쿠엔 전경(오카야마현관광연맹 제공)
정원 안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있는데 바로 유이신잔(唯心山)이라 불리는 작은 인공 산이다. 이곳은 정원 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고라쿠엔의 전체 모습을 360도로 볼 수 있다. 유이신잔은 둘레가 전부 철쭉으로 둘러싸여 있어 꽃이 필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 유이신잔 바로 앞에 위치한 고즈넉한 정자인 류텐(流店)도 명물이다. 정자 한가운데 물길이 지나며 내부에는 아름다운 돌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일본 내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건축물인 만큼 전하는 감성이 꽤나 각별하다.
물줄기를 따라 다시 왼쪽으로 걸어가면 큰 연못이 나온다. 이 연못은 가코노이케(花交之池)연못으로 정원을 만들 당시 야생 벚꽃과 갖가지 꽃나무가 심어져 있어 뛰어난 장관을 연출했다고 전해진다. 이 연못의 물줄기와 꽃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읊은 일본시조인 와카(和歌)도 남아 있다고 하니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상상케 한다.
고라쿠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자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엔요테이(延養亭) 정자다. 엔요테이는 영주가 고라쿠엔 정원을 찾을 때 기거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는데, 정자에 서면 사와노이케(澤之池)연못, 유이신잔, 그리고 정원 밖으로 보이는 미사오야마(操山)산 등 정원 내외의 경치를 한눈에 즐길 수 있어 조망이 각별하다. 아쉽게도 들어가지는 못하나 정자 주변에서 보는 풍경만으로도 그 감흥에 견줄 수 있으니 필히 발걸음을 옮겨볼만하다.
▲엔요테이 정자(오카야마현관광연맹 제공)
고라쿠엔에선 다른 정원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두루미다. 원래 조원 당시부터 학을 사육했다고 하나 전쟁으로 인해 학이 모두 죽고 난 뒤, 후에 중국으로부터 받은 두루미를 번식시켜 다시 정원 내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보호차원에서 따로 우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이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고라쿠엔을 즐긴다면 계절마다 펼쳐지는 이벤트도 챙겨볼만하다. 봄에는 찻잎따기 축제, 여름에는 모내기 축제, 가을에는 달맞이 감상회와 전통극 감상회, 겨울에는 거문고 연주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행해지고 있으니 때를 맞춘다면 고라쿠엔의 일본 정서를 더욱 깊이 맛볼 수 있다.
오카야마성&컬쳐존, 고라쿠엔 매력 더해
고라쿠엔 정원과 이웃한 오카야마성도 명물이다. 16세기에 지어진 오카야마성은 검은 칠을 한 외관이 까마귀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우죠(烏城:까마귀성)’라는 별칭으로 더욱 유명하다. 축성된지 400년을 훌쩍 넘긴 성 내부로는 당시의 역사를 전하는 전시물에 더해 관람객이 직접 성주나 성주의 딸의 전통의복을 착용해보는 체험시설(2층)이 마련되어 일본 감성을 맛보기에 제격이다.
조망도 일품이다. 가장 높이 자리한 천수각에 오르면 수려한 고라쿠엔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으니 고라쿠엔의 풍경을 한눈에 품고 싶은 이들이라면 필수코스다.
오카야마성 주변으로 자리한 컬쳐존(문화지구)도 각별하다. 오카야마 고라쿠엔 주변으로 ‘유메향토미술관’을 비롯하여 ‘오카야마현립미술관’, ‘하야시바라 미술관’, ‘오카야마시립 오리엔트미술관’, ‘오카야마현립박물관’ 등, 4개의 미술관과 1개의 박물관이 연이어 자리해 통칭 ‘오카야마 컬쳐존’으로 불리운다. 일본의 전통예술문화에서부터 세계적인 작가의 미술작품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으니 예술적 감성을 향유하고픈 이들이라면 고라쿠엔과 더불어 더없는 즐거움이 된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컬쳐존, 구라시키 인기
이국적인 문화와 함께하고 싶다면 ‘구라시키’ 만큼 좋은 코스가 또 있을까. 구라시키시는 오카야마현 남부에 자리한 도시로, 미관지구라 불리우는 거리 일대는 구라시키 관광의 신명소로 시선을 모으는 곳.
미관지구는 지금으로부터 360년 전, 에도시대 당시의 덴료(天領:막부의 직할 영지)로서 번성한 곳으로 당시의 모습이 지금까지 그대로 전해져 역사적 문화유산 관광지이자 예술적 감각이 가득해 인기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유카타 등의 전통 의상 체험도 가능하다(오카야마현관광연맹 제공)
구라시키 시가지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구라시키강 일대에 옛 시대의 창고가 딸린 저택(구라야시키)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일본다운 클래식함이 배어 나오는 것이 매력으로, 오늘날까지도 잘 보존된 저택들의 모습과 강변가로 가지를 드리운 수양버들, 그리고 아치형의 돌다리가 놓여 과거 역사극에나 나올 법한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니 구라시키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될 정도다.
‘오하라미술관’도 구라시키를 찾았다면 꼭 들려야할 필수코스. 그리스 신전풍의 건물 속에 모네, 마티스 등 세계 거장 화가들의 명화가 전시되어 있어 가까운 일본에서 세계적으로도 귀한 예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와 함께할 수 있다.
고즈넉한 옛 풍경도 볼거리지만 여행자를 반기는 명물은 또 있다. 다름 아닌 전통미와는 언뜻 거리가 멀어 보이는 카페와 디저트들이다.
▲구라시키 노포 카페에서는 커피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오카야마현관광연맹 제공)
1930년에 세워진 일본 최초의 근대서양미술관인 오하라미술관에 이웃하여 자리한 카페 ‘엘·그레코’는 미술관 만큼이나 고풍스런 자태가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대표적인 카페. 100여 년 전 당시 오하라미술관의 설립자의 사무실을 그대로 카페로 차용하고 있어 레트로적 정서가 입구부터 작은 탄성을 자아낸다. 주인장이 한잔 한잔 직접 내리는 고집스런 드립 커피에 더해 풍미 가득한 치즈쇼트케이크는 복고적인 카페의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감미로운 이국으로의 시간여행을 선사한다.
새빨간 철문이 반기는 ‘구라시키 커피관’도 명물이다. 1971년 카페 문을 연 노포 카페로, 오리지널 로스팅과 드립을 통해 명품 커피를 내어놓으니 구라시키의 감성을 탐미하기 제격이다.
<여행정보>
오카야마현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오카야마 모모타로공항까지 직항 정기편(대한항공)이 주 4회(화,수,금,일) 취항해 찾기 편하다. 공항에서 논스톱 공항리무진버스가 운행하고 있어 편리하며, 오카야마역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30분 선. 예스러운 풍경의 구라시키 미관지구까지는 JR오카야마역에서 전철을 이용해 JR구라시키역까지 20분이면 찾을 수 있어 자유여행객들도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다. | https://www.okayama-japan.jp/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