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국보 이누야마성을 품에 안다. 이누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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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이누야마성을 품에 안다. 이누야마

“천수각 오르니 성주되어 에도시대로의 시간여행 시작되네”
기사입력 2024.09.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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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마시_메인_A.jpg


대도심 나고야역에서 메이테츠 전철을 타고 25분, 도시의 높은 빌딩을 뒤로하고 한적한 전원 풍경과 함께 맞이하는 이누야마역은 예스러운 일본으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여행의 무대가 되는 이누야마시는 아이치현 북부권에 자리한 인구 7만여 명의 크지 않은 도시이지만, 400년 전 역사를 그대로 현재에 전하는 풍경이 가득해, 전세계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다.

 

명물은 국보로 지정된 이누야마성이다. 이누야마성은 축성 당시의 모습 그대로 현대에 이어진 귀한 역사유산. 일본 내에 복원이나 재건을 거치지 않고 원래 모습 그대로 전해지는 현존하는 천수각은 단 12곳 뿐. 이누야마성도 이 중의 하나로, 12곳 중 단 5곳만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니 이누야마성이 지닌 가치가 어느 정도 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누야마성이 축성된 것은 1537년의 일. 오다 노부나가의 숙부인 노부야스가 처음 축성해 오랜 시간 오다 가문의 성으로 이어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누르고 에도막부를 여는 전기가 된 세키가하라전투 이후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의 중신 나루세 마사나리(成瀬正成)가 성을 하사받아, 현재의 천수각 모습이 완성되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막부가 ‘일국일성령(一国一城令)’이라는 법령을 공포하고 하나의 나라에 하나의 성만 인정한 탓에 천수각 이외의 성곽과 시설들을 모두 철거하여 외로이 천수각만 남아 버렸다. 

 

남겨진 천수각은 천운도 따랐다. 태평양전쟁 당시 수 많은 천수각들이 폭격으로 파괴되었지만, 이누야마성의 천수각은 그 포화를 비켜나간 덕분에 현재에 그 모습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 


옛 건축양식에 ‘감동’, 망루에선 360도 파노라마 ‘장관’

아름다운 천수각 일대는 전형적인 산성구조다. 앞으로는 해자가 있고, 뒤로는 기소강이 흘러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자리해 더욱 신비롭다. 

 

지하 2층, 지상 4층 구조의 천수각은 실제 입장해 둘러볼 수 있다. 여느 일본의 천수각들과 비교해선 곤란하다. 철근콘크리트로 외형만 복원한 재건형태의 관광시설화된 천수각들과 달리 이누야마성의 천수각은 축성 당시의 기둥과 벽체 등, 당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살아 숨 쉬는 유산이니 말이다. 

 

미려한 곡선으로 쌓아 올려진 석축인 이시가키(石垣)로 둘러싸인 중앙의 문을 따라 들어가면 석축 내부에 2층 구조의 계단이 반긴다. 석축 내부가 그대로 노출되는 아나구라(穴藏)로, 천수각 1층으로 가는 계단이 이어지는데, 현존하는 천수각이기에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구조가 초입부터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1층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석축을 기어오르는 적을 퇴치하기 위해 바위를 떨어뜨리는 이시오토시(石落とし)가 현대의 발코니처럼 돌출되어 만들어져 흥미롭고, 성주였던 나루세 가문이 집무를 보던 죠단노마(上段の間)도 자리한다. 죠단(상단)이라는 말 그대로 마루가 한 단 높고, 다다미까지 깔려 격을 달리한다. 

 

이누야마시_서브01_이시오토시.jpg

▲석축 위에 돌출된 이시오토시. 돌을 떨어뜨려 방어하는 시설이다


흔히, 천수각의 가장 높은 곳에 성주가 기거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성주는 1층에 머무르고, 가장 높은 천수각은 경계를 하는 무사들이 머물던 공간이다. 물론, 전시에는 성주도 올라가 작전을 지휘하곤 하지만, 일상적으로 성주는 가장 넓고 안전한 1층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런 사실을 부연하는 시설이 죠단노마의 벽에 숨겨져 있다. 방의 벽체는 미닫이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곳이 성주를 호위하는 무사들이 상시 몸을 숨기고 있는 무샤가쿠시(武者隠し)라는 공간이니 당대 역사를 다룬 게임이나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꽤나 반가운 기믹이다. 

 

2층에 오르면 무기고가 공간 중앙에 자리한다. 방 중앙에 빙 둘러진 선반 위에 갑옷이나 창과 같은 무기와 무구를 보관했고, 무기를 든 무사나 병졸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을 만큼 높은 층고와 넓은 복도가 공간의 의미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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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무기고. 넓직한 복도가 특징적이다

 

2층의 복층 개념으로 만들어진 3층은 하후노마(破風の間)라고 한다. 층고가 낮은 3층 공간은 외부 지붕을 통한 디자인적인 목적과 채광을 위해 설계됐다. 동쪽과 서쪽으로 일반적인 기와지붕과 달리 유선형의 돌출된 지붕이 각각 하나씩 자리하는데, 아름다운 만큼 외적으로 보여지는 권위를 상징했다고 한다.

 

맨 꼭대기인 4층은 망루다. 망루 바깥으로는 툇마루인 마와리엔(廻縁)과 난간인 고란(高欄)이 설치되어 있는데, 현존하는 천수각 중 국보로 지정된 5개 중 이누야마성만이 천수각 바깥 툇마루를 직접 걸을 수 있어 감동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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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의 툇마루인 마와리엔. 외부에서 즐기는 조망이 일품이다


망루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360도의 대파노라마는 감동 그 자체다. 이누아먀의 가을바람을 맞으며 발 아래로는 이누야마의 성하마을이 펼쳐지고, 시선을 멀리하면 나고야 도심의 풍경까지 눈에 들어오니 성주 부럽지 않다. 서쪽과 북쪽으로도 성을 요새화하며 흐르는 기소강의 장관이 한눈에 보이며 날씨가 좋은 날이면 20km 떨어진 기후현의 기후성 천수각까지도 조망할 수 있으니 더없이 각별하다. 때문에 이누야마성을 찾아 마와리엔을 돌지 않는다면 감히 이누야마성을 즐겼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니, 이누야마성을 찾아 외관만 보고 돌아가는 실수만큼은 피하길 바란다.


천수각 아래 기모노 입고 걷는 성하마을은 ‘별세계’

이누야마성 천수각만으로 이누야마 시간여행을 끝내기엔 이르다. 성 아래로 당시의 거리가 그대로 펼쳐지는 성하마을이 자리해 여행자를 또 다른 별세계로 이끌기 때문이다. 

 

성하마을의 첫 명소는 이누야마성 바로 아래에 자리한 산코이나리신사(三光稲荷神社). 창건일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586년에 그 기록이 남아 있어 적어도 이누야마성과 그 역사를 함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명소다. 참고로 현재의 신사는 1964년에 지금의 장소로 옮긴 것.

 

이누야마시_서브04_산코이나리신사.jpg

▲하트 모양의 에마가 명물인 산코이나리신사


신사의 경계를 나타내는 붉은 도리이도 즐겁지만 경내에 있는 핑크색 하트 모양의 에마(소원을 비는 말 모양 액자)가 단연 시선을 잡아끈다. 인연을 만들어 준다고 하여, 일본 내에서도 많은 연인들이 찾아 하트 모양 에마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담아 속삭이니 커플이라면 지나치기 쉽지 않다. 

 

신사 아래 남쪽으로는 본격적인 성하마을이 이어지는데, 성하마을 풍경을 보며 걷기만 해도 시간여행이 자연스레 따라올 만큼 인상적이다. 

 

예스러운 거리는 이누야마성과 마찬가지로 공습의 피해 없이 당시의 거리와 건축이 현세대 그대로 이어진 덕분이다. 

 

성하마을은 마을 전체를 해자로 들러싸고 흙을 쌓아 땅의 기초를 다진 토루(土塁)로 성토한 ‘소가마에(総構え)’라는 일본의 전통적인 성곽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길목을 크랭크 형태로 꺽어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도 이누야마 성하마을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으니 성하마을 산책을 즐긴다면 숨은그림찾기하듯 성곽의 옛 흔적을 찾는 재미까지 탐할 수 있다. 

 

성하마을은 걷는 것만으로도 유쾌하다. 예스러운 건물들은 상점가로 리뉴얼되어 이누야마를 상징하는 과자를 팔거나 전통적 감성을 더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되어 여행자의 발길을 유혹하니, 성하마을을 산책하며 먹거리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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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가게들로 가득한 성하마을 거리


이왕 성하마을을 찾은 김에 기모노나 유카타 등을 체험하는 것도 욕심내볼만 하다. 기모노 및 유카타 렌탈점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복장을 갖출 수 있고, 인생사진을 남기는 등, 오감으로 성하마을을 느낄 수 있으니 이누야마성 성하마을을 즐기는 특별한 즐거움이 된다.

 

성하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국보로 지정된 다실인 죠안(如庵)이 자리한 정원 우라쿠엔(有楽苑)도 볼거리다.  

 

죠안은 당시 오와리 지역(현재의 나고야시 및 아이치현 서부권역)을 대표하는 차의 장인이자 오다 노부나가의 친동생인 오다 우라쿠사이가 세운 다실. 1972년 이누야마 성 근처인 지금의 장소로 이전되어, 정원을 포함해 '우라쿠엔'이라는 이름이 붙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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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원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우라쿠엔


한적하게 일본정원을 둘러보아도 좋고, 중요문화재인 구 쇼덴인서원, 복원된 다실 모토안(元庵) 등의 부속건물도 많아 역사 도시 이누야마의 감성을 이어가기 제격이다. 

 

다도회를 위해 새롭게 지어진 고안(弘庵)에서는 정원의 운치와 함께 차와 화과자도 즐길 수 있으니 기억해 둘 포인트다. 


<여행정보>

이누야마시까지는 메이테츠 나고야역에서 메이테츠 전철을 이용, 메이테츠 이누야마역에서 내리면 된다. 소요시간은 특급열차 탑승 기준 약 25분 대. 동 노선을 운행하는 메이테츠가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이누야마 성하마을 티켓’도 메이테츠 나고야역 창구에서 판매한다. 성인/소인 공통 1,630엔으로, 메이테츠 나고야역~이누야마역 간 왕복승차권(2일 간 유효)과 이누야마성 입장권이 포함되고, 성하마을 상점가에서 할인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성하마을 쿠폰 및 우라쿠엔 할인권도 포함되어 경제적이다. 이누야마시에 대한 상세한 최신정보는 이누야마시 관광 공식사이트(inuyama.gr.jp)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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