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지성을 관광하는 관광객들(사진:히메지시 제공)
유례를 찾기 힘든 엔저의 영향으로 전세계 관광객이 집중되고 있는 일본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관광지 입장료의 이중가격제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6일 일본 언론은 기요모토 히데야스 히메지 시장의 발언을 보도하며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히메지성 입장료 4배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중가격제 도입을 공식 검토하는 첫 사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히메지성은 현재 성인 기준 1,000엔의 입장요금을 징수하고 있어, 인상안이 실시되면 4,000엔(예정)을 히메지성 입장에 지불해야 한다.
히메지시 기요모토 시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리기업이 아닌 만큼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세계유산을 유지하기 위한 경비를 산출하고, 문화재 보호, 즉 천수각의 오버투어리즘을 억제하면서 (유지보수를 고려한) 손익분기점 등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히메지성의 외국인관광객 대상 이중가격제 도입 검토가 보도되자 오사카 측도 반색하고 나섰다. 오사카부 요시무라 히로후미 지사는 “대찬성이다. 오사카성도 하면 좋겠다”며 긍정적 견해를 시사했다.
이중가격제를 포함해 일본의 오버투어리즘 대책도 가속화되는 중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출국세에 해당하는 국제관광여객세 1,000엔을 일본을 찾는 모든 외국인관광객에게 부과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별도의 숙박세를 도입하거나, 기존 숙박세를 증액하는 등, 오버투어리즘 재원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오사카부는 내년 4월 개막하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발맞추어 오사카를 찾는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기존 숙박세에 더해 지방세에 해당하는 별도의 징수금(명칭미정) 도입도 확정한 상태다.
이중가격제 도입 등 여행객 부담이 가시화되자 일본을 찾는 국내 여행객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네일동 일본여행카페를 필두로 주요 여행커뮤니티에는 이중가격제를 비판하는 의견이 뒤따랐다.
커뮤니티에는 “오버투어리즘 방지가 목적이라면 입장객 제한 등의 다른 방법을 먼저 도입하는 것이 순서다”, “개발도상국에서 보던 이중가격제를 일본에서 보게 될 줄 몰랐다”, “바가지가 없는 신뢰할 수 사회 인프라가 일본여행의 가장 큰 매력인데 정부가 나서서 바가지를 씌운다면 일본을 갈 이유가 없다”며 수위 높은 비판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한국도 지역주민 할인이 적용되는 시설이 많지만 이것을 이중가격이라고 비판하지 않는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원인을 제공한 여행객이 (재원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찬성 의견도 있었다.
일본의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천년고도 교토는 지난해부터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극심한 교통정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후지산 조망 포인트로 유명한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 소재 편의점 앞 도로에 관광객 집중을 해결하기 위한 가림막이 설치되는 등, 일본 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의 시미즈 유이치 소장은 “이중가격제를 포함하는 오버투어리즘 대책에 대한 일본 내 요구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다만, 관광객 억제를 목적으로 단순히 가격을 인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방일외국인관광객이 지불하는 인상분에 상응하는 가치도 함께 제시되어 상호이해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방일외국인관광객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 마련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