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가봤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오사카 간 김에 잠깐 들러 기요미즈데라나 긴카쿠지만 찍고 온 게 전부라는 고백이 줄을 잇는다. 사람의 파도에 떠밀려 뭘 봤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간혹 있다.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런 고민을 가진 여행자들에게 교토 여행의 속도와 방법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우리는 교토에서 터무니없이 과속 여행을 한 게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교토를 내밀하게 느끼려면 여행의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고 말이다. 자박자박 교토의 골목길을 걸으며 교토를 음미해야 이전에는 몰랐던 전혀 다른 교토를 느끼게 될 것이고, 교토는 오직 교토만으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까지 말한다.
저자의 메시지는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에 일관되게 담긴다. 천천히, 그리고 세밀하게 자신의 취향을 교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행담론을 풀어낸다.
1663년 창업한 문구점 큐쿄도에서 ‘다정다감을 더하는’ 연필을 하나 가져보는 것. 1919년부터 빵을 굽기 시작한 다이쇼세이팡조의 카레빵과 크림빵을 사서 란덴 열차 타고 봄 소풍을 떠나보는 것. 1818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나이토쇼텐에서 종려나무 솔을 사와서 당근과 감자 같은 채소를 닦을 때마다 오래오래 쓰는 것 등등, 그때마다 한참씩 교토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취향을 찾는 여정은 이후에도 무수히 찾아든다. ‘무스비 교토’에서 산 보자기 후로시키로 간소하게 도시락을 싸는 것. 가까운 공원 나무의자에 앉아 햇살을 즐기며 도시락을 먹다가 문득 계절 무늬가 담긴 후로시키를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것. 이 모든 게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이며 이 책이 알려주는 취향의 발견이다.
저자는 취향을 알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경험이 필요하고, 소소한 것 하나라도 많이 보고 누려야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교토가 취향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여행지라고도 부연한다.
이렇듯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감성 가이드로서, 감성 교토의 안내자를 자임한다.
저자는 교토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감성을 공유한다. 빵가루가 결결이 살아 있는 굴튀김 카키후라이로 입맛을 깨우고, 1803년 최초로 겐마이차(현미녹차)를 출시한 호라이도 차호에서 구수한 곡물 향에도 흠뻑 취한다. 인센스 브랜드 리슨 교토에서 진한 교토의 향기를 맡고, 폭신폭신한 히츠지의 도넛과 오래된 그릇 가게 하세가와를 찾으며 교토의 랜드마크에 집중하는 뻔한 실수를 하지말라고, 이런 교토 여행도 좋지 않냐고 다독인다.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를 읽고 나면 저자의 교토 감성에 전이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독자들은 분명 우츠와야 사이사이에서 흙의 질감이 돋보이는 질박한 식기를 사고, 1772년 문을 연 유서 깊은 향당 야마다마츠 코보쿠텐에서는 섬세한 블렌딩과 안전한 성분의 향을 시향해 볼 것이다. 교토 밤거리를 정처 없이 헤매다니다 킷사 아가루 2층 다다미방으로 올라가서 커피 한잔 시켜 놓고 창밖을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한가한 토요일 어느 오후에 문득 디앤드디파트먼트의 은행나무와 킷사텐의 후르츠산도가 떠오른다면 다시 교토로 여행을 떠나야 할 때임을 알아차리게 된다고, ‘쓸데없는 감상에 젖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따름이라는 저자의 최면에 걸려들고 만다.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는 일상에 다정다감을 더하는 교토 골목 여행 에세이로서 2018년에 출간했던 <일단 멈춤, 교토>를 베이스로, 새로운 사진과 새로운 원고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책으로 재편집한 교토 감성 여행서다. 소란하지 않은 교토의 골목을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걷듯이, 산책의 속도로 읽는 책이다. 휘리릭 눈으로 급하게 읽지 않고 시를 읊듯 나직이 소리 내어 입으로 읽다 보면 소박하고 마음은 어느새 교토의 조용한 골목길을 나뭇잎처럼 살랑살랑 걷게 만드니, 우리가 오래된 도시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를 또 하나 만들고야 만다. | 송은정 저 / 꿈의지도